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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효의 기억

[1] 어머니께서 입원하셨다.

2018-12-20 늦은 저녁..


비행기에 내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짧은 입국장을 지나쳐 나와 지하철을 타러 터벅터벅 걷는 중 손목에서 진동이 온다.

한번이 아닌 여러번의 진동으로 전화가 왔다는 것을 깨닫고 주머니 속에 넣어둔 휴대폰을 꺼내 누군지 확인한다.

어머니다. 순간 반가운 마음보다는 "추우니 조심해라, 아프지마라, 밥 굶지마라.." 등 어머니에겐 정말 중요한 이야기지만, 나에게는 진부한 이야기를 또 하시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안녕하세요."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인사를 전한다.

다시 한번 발신자를 확인했지만 분명 어머니가 맞다.

"누구세요?" 

"아 예, 여기 XX병원 응급실인데요, YY님 아드님 되시죠?" 


수화기로 들려오는 말투와 억양 그리고 응급실이란 단어를 통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그 즉시 깨달았다. 

이와 동시에 내 발은 무거운 추를 걸어놓은 것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췄다. 


"네.. 무슨"

"아 어머님께서 응급실로 오셔서 입원을 하셔야 해서 입원 수속 때문에 전화드렸어요."


연유를 묻기도 전에 직원이 그 이유를 설명한다. 


"입원이요??"

"아 어머니 먼저 바꿔드릴게요. 잠시만요."


직원이 설명하려다 어머니께서 달라고 하셨나보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를 피해가며 캐리어 끼리 부딪힌다.. 하지만 난 사과할 정신이 없었다.


"아들... 엄마가 어지러워서 병원에 입원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기력 없이 내뱉는 목소리를 듣자니 머리가 더 혼란스러워 졌다.


"어지럽다고?"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한 말투로 묻는다. 하지만 이번에 내 말투는 다른날과 달리 진지했고 떨렸다.

"누 있다가 일나스 화장실에 가는것도 어지릅고, 양치하다가 거품 탁 뱉은께 하늘이 핑 돌드라.. 그래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스 119 불러스 왔다."

"어지럽다고???"

순간 머리속에 온갖 생각이 떠오른다. 노인들에게 어지러움은 흔한 질환일 수 있지만 적은 확률로 심각한 질환일 수도 있다. 


"응급실 왔드마 의사가 며칠 입원하라쿠네.. 아들 미안타.." 어머니는 항상 내게 미안해 하신다. 아파도.. 아프지 않아도..

"됐고.. 의사가 검사 하자쿠모 다 하시고, 의사가 퇴원해라 케야 퇴원하는긴께 병원에 계시소"

"어지러븐것만 없어지모 바로 나가끼다." 


어머니는 병원을 매우 싫어하신다. 

병원이 주는 아픈 느낌과 환자들의 신음 소리, 아픈 모습, 결정적으로 병원비까지... 그래서 병원을 매우 싫어하신다..


"또 말도 안되소리 하지 마시고... 내일 진료보고 의사가 시키는대로 하소.. 제발"

"알았다. 넘 걱정하지 말고 절대 내려오지 마라. 엊그제 올라갔는데 또 우찌 내려오네"

아버지 제사로 내려갔다가 금방 올라온 길.. 비행기타면 한시간이면 가는 그 길을 어머니께선 먼 길이라고 오지말라고 하신다.

"일단 지금은 가도 못하니까 내일 의사 진료보고 다시 전화 하입시다. 제발 의사 말 잘 듣고 병원에 계십쇼."


이후 직원과 입원 수속에 관련된 사항과 담당 진료과를 알려주고 통화가 끝났다..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대부분의 노인성 어지러움은 별거 아니다. 하지만 걱정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최악을 생각하게 한다.


'만약... 종양이라도 생겼으면 어쩌지...' 


이 생각이 들자마자 내 머리속은 현실의 문제점이 여기저기 떠돌며 머리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병원비가 얼마나 나올까... 간병은...? 지금 내 수입이 얼마지..? 다 접고 내려가야하나..?' 


터벅터벅 걸으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제들을 떨쳐내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의 결론을 얻었다...


'나는 미친놈이구나.. 어머니가 아프신대 저런 생각부터 하고.. 난 정말 불효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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